쉬운일,어려운일[ep100]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마주하는 크고 작은 과제들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쉽게 요동치곤 한다. 어떤 날은 너무 사소하고 쉬운 일이라 여겨 얕잡아 보다가 엉뚱한 실책을 범하고, 또 어떤 날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거대하고 어려운 일 앞에 압도되어 손발이 묶인 채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겉으로는 온전한 척 점잔을 빼고 앉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들 밀려오는 변수와 심리적 마찰 속에서 균형을 잃고 표류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가 중심을 지켜내고 삶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일을 대하는 내면의 호흡부터 정밀하게 다스려야 한다. 쉬운 일과 어려운 일,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안목이야말로 벼려내야 할 핵심적인 안목이다. 오늘은 내 마음에 은밀하게 숨어 있던 자만심과 막연한 두려움을 완전히 청산하고, 일의 균형을 잡는 기술에 대해 정직한 성찰의 기록을 남겨본다.

자만과 두려움의 틈새를 꿰뚫는 역발상의 호흡

쉬운 일은 어려운 일처럼 대하고, 어려운 일은 오히려 쉬운 일처럼 다루어야 한다. 이 기묘한 역발상의 셈법 속에 나태해지려는 영혼을 일깨우는 날카로운 침이 들어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하고 만만한 과제를 마주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긴장을 풀고 안일함에 빠져든다. 그 자부심이 나태함으로 번지는 순간, 사소한 구멍에서 시작된 균형의 붕괴는 결국 판 전체를 흔드는 치명적인 오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일일수록 마치 거대한 태풍을 맞이하듯 철저하게 준비하고 신속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반대로 내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어 보이는 거대한 장벽을 마주했을 때는, 그것을 지극히 가볍고 쉬운 일처럼 내려다보는 배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눈앞의 중압감에 짓눌려 시작하기도 전에 용기가 사그라들고 만다.

학교에서 정답지 안의 지식만 파고들던 이들이 현실의 실전에서 무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한 과제 앞에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고 핑계를 찾으며, “안 되는 이유”만을 늘어놓는 나태한 오만에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마음이 부르는 공포는 몸과 이성을 마비시키는 독극물과 같다. 겉치레 평판이나 타인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일 여유 따위는 애초에 없다. 내 안의 설익은 망상을 지우개로 걷어내고, 오직 내 손과 발로 직접 감당해야 할 본질만을 남겨두어야 정답과 가까워진다.

소음을 걷어내고 날것의 본질을 직시하는 안목

어떤 일을 하다가 중간에 미련이 남거나 지쳐서 팽개쳐 두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때로는 그 일을 이미 완벽하게 끝마친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의 과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루한 반복 속에서 잃어버렸던 실행력의 목적지를 다시금 선명하게 확인하는 일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이 너무 순탄하게 풀려 자만에 도취할 때는,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시작 단계의 서늘한 긴장감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다잡아야 마땅하다.

세상에는 철저하게 노력하고 악착같이 애쓰면 불가능해 보였던 일도 가능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이치가 분명 존재한다.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은 거대한 과제일수록, 막연한 두려움의 막을 찢어발겨 버리고 오직 날것의 알맹이만을 똑바로 쳐다보아야 한다.

주변의 기회주의적인 소음이나 스스로 만들어낸 가짜 공포를 분류해 내고, 일 자체만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미리 겁을 먹고 몸과 마음이 굳어버리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성취가 없듯이, 스스로 내면의 방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에게 현명한 균형이 허락될 리 없다. 마지막에 온전한 결과를 움켜쥐는 진짜 승자는 가장 화려한 치장을 둘렀던 자가 아니라, 현실의 주판알을 가장 냉정하게 두드려 일의 무게를 다스리고 끝까지 버텨낸 단독자뿐이다.

펜을 내려놓고 깊어가는 밤의 창밖을 가만히 응시한다. 내 마음을 어지럽히던 겉치레라는 이름의 거품과 옹졸한 미련의 마침표들이 한순간에 부질없는 소음처럼 흩어진다. 중요한 결단의 순간마다 쉬운 일에는 엄격함을, 어려운 일에는 대범함을 골라내야 하는 고독한 책임감이 뼈저리게 남을 뿐이다. 미련 가득했던 어제의 관성들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오직 내 몸과 발로 직접 체화해 나갈 단단한 이성을 다잡으며 조용히 내일의 문을 열어젖힌다.

학교에서 가르쳐준 안전한 정답지나 타인의 유약한 조언은 이 거친 황야에서 아무런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 내면을 마비시키던 쓸데없는 걱정들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처박고, 오직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함 하나를 다잡으며 조용히 내일 아침의 문을 열어젖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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