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단담함[ep.105]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규칙과 촘촘한 그물망 같은 제도적 한계들을 마주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토로하곤 한다. 이 거친 황야에서 무언가를 실행하려 할 때마다 발목을 잡는 수많은 금지 조항과 잣대들은 인간의 의지를 제약하고, 마치 거대한 새장 속에 갇힌 것 같은 무력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핑계를 찾고,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얄팍한 처세술을 부리거나 안 되는 이유를 외부에 돌리며 핑계거리를 찾곤 한다.

그러나 지극히 기이하게도, 이 규제뿐인 생활 속에서도 전혀 흔들리거나 위축되지 않고 온전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제도의 사슬이 촘촘하든 헐겁든, 사방에 규제가 있든 없든 개의치 않고 지극히 담대하게 자신의 궤적을 그려나간다.

그들이 이토록 의연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히 둔감하거나 법 없이도 살 만큼 순진해서가 아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외부의 잣대가 내밀어지기 전에, 이미 스스로에게 어떠한 기만도 허용하지 않는 지독한 정확함과 ‘투명함’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내면의 뼈대가 스스로에게 당당한 자들에게는 세상이 만든 그 어떤 촘촘한 그물망도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 되지 못한다. 오늘은 외부의 제약에 흔들리지 않고 날것의 중심을 수호해 낸 나의 두 가지 구체적인 경험을 복기하며, 규제를 무력화하는 진짜 자립의 본질에 대해 단단한 사색을 기록해 본다.

촘촘한 행정 지침서와 정직한 수치의 디딤돌

지난해 가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정부 계약 입찰과 공공 조달 나라장터의 가이드라인을 분석해야 했던 때의 일이다. 당시에 내려진 행정 지침서는 말 그대로 숨통을 조여오는 규제의 덩어리였다. 서류의 자구 하나, 증빙 자료의 규격, 심지어 정량적인 마진 계산법에 이르기까지 온통 넘지 말아야 할 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조직 내부에서도 “이렇게까지 규제가 많아서야 어떻게 일을 제대로 밀어붙이겠느냐”며 안일한 관성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겉포장만 번지르르한 화려한 수사나 꼼수 뒤로 숨는 나태함을 즉각 청산하기로 마음먹었다. 규제 지침서가 요구하는 모든 항목을 하얀 백지 위에 정직하게 펼쳐놓고, 오직 가공되지 않은 진짜 데이터와 정밀한 수치만으로 정면 돌파를 감행했다. 단 하나의 단서도 왜곡하거나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밑천을 투명하게 증명해 낸 것이다.

미팅룸에서 맞은편 검토관들이 팽팽한 밀당과 기싸움의 칼날을 세우며 서류를 조목조목 뒤질 때, 내 안에는 그 어떤 불안감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숨길 것이 없으니 위축될 이유가 없었고, 스스로에게 당당하니 상대의 행정적 압박이 오히려 당연한 절차처럼 덤덤하게 다가왔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영토가 없듯이, 외부의 제약을 불평하는 책상 위 이론주의자들이 멈춰 서 있을 때 나는 투명함이라는 가장 확실한 무기로 서류의 숲을 단숨에 통과했다. 촘촘한 규칙이 도리어 준비되지 않은 자들을 걸러내고 내 독보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을 증명해 주는 안전한 방패가 되어준 뼈저린 경험이었다.

현장의 민원 소음과 내면의 선명한 경계선

또 다른 기억은 밀폐된 도심 한복판에서 복잡한 시설 정비와 물리적인 실행 작업을 총괄해야 했던 현장에서 비롯되었다. 도심지의 특성상 주변의 눈초리는 극도로 날카로웠고, 안전 규정과 소음 제한, 작업 시간 통제 등 지자체가 그어놓은 법적 테두리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조금만 소음이 커지거나 먼지가 날려도 기회주의적인 민원과 주변의 비방이 쏟아지는, 그야말로 걸음마저 조심스러운 전장이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내 입 안의 불덩이를 통제하듯 현장의 모든 프로세스를 법적 기준선보다 한 단계 더 엄격하게 압축하여 세팅했다. “이 정도는 대충 넘어가도 모르겠지”라는 안일함이나 유약한 타협의 가능성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후 엄격한 시스템이 우리 팀원들의 베이스가 되도록 노력했다.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주변의 감시 섞인 시선과 웅성거리는 소음들이 사방을 에워쌌지만, 내 이성은 조금도 마비되지 않았다. 기준을 들이대며 꼬투리를 잡으려 다가온 이들 앞에서, 나는 숨기는 것 없이 모든 현황판과 수치를 날것 그대로 오픈했다. 내가 내린 본질의 정의와 경계선이 이미 투명하게 단단했기에, 상대방의 비논리적인 공격이나 텃세는 내면에 어떤 타격도 주지 못했다. 결국 끈질기게 규정을 들이대던 이들마저 가공되지 않은 정직함의 위용 앞에 스스로 혀를 거두고 물러섰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승리를 거두는 진짜 단독자는 화려한 치장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던 광대가 아니라, 들이닥친 규칙 자체를 내면의 규칙으로 수용하여 완벽한 통제력을 보여준 강인한 생존자뿐이라는 진실을 다시금 체화한 순간이었다.

결국 세상을 가득 채운 규제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진짜 원인은 제도의 촘촘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내면에 숨겨둔 설익은 요행과 겉치레의 안개 때문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거나 법의 감시망을 피해 안주하려 했던 모든 유약한 관성들이 일순간에 밀도 없는 연기처럼 공중으로 흩어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자율권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위의 서늘한 감시 속에서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내면의 독자적인 뼈대를 가졌느냐이다. 누군가의 얄팍한 핑계나 안전한 정답지는 이 냉혹한 현실에서 아무런 디딤돌이 되지 못한다. 외부의 잣대에 일희일비하며 눈치를 살피던 나태한 버릇들을 미련 없이 소멸시키고, 오직 나 자신에게 떳떳하다는 투명함 하나만을 남겨둔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