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 창밖으로 보이는 고양시의 야경은 오늘따라 유난히 서늘하게 느껴진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번질 때마다 내 마음속의 불안도 함께 일렁인다. 사업을 운영하며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 그중에서도 오늘은 유독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어야 하거나, 회사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건이 내 앞에 놓였다. 사업가로 산다는 것은 결국 끊임없는 선택의 연장선이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선택의 무게는 가벼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겨눈다.

어린 시절엔 세상에 명확한 ‘정답’이 있다고 믿었다. 수학 공식처럼 정해진 데이터를 넣고 신중하게 검토하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안개 자욱한 미로와 같다. 신뢰와 의심 사이의 팽팽한 줄타기. 누군가를 믿기로 결정했을 때 돌아올 결과가 배신일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일지 그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신중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경우의 수는 거미줄처럼 늘어나고, 불안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만약 내 판단이 틀렸다면? 내가 보지 못한 치명적인 변수가 있다면?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면 내가 쌓아온 경험과 직관조차 신기루처럼 흩어진다.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반드시 정답을 얻어야만 한다는 강박인지도 모르겠다. 집중력을 발휘해 시간을 응집하고, 뛰어난 속도로 지식을 체화하려 노력해온 이유는 결국 내 인생에서 오답의 가능성을 지워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도, 사업도 깔끔한 수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때로는 오답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순간이 있고, 정답이라 확신했던 곳에서 낭떠러지를 마주하기도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막연한 불안은 어쩌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완벽히 지배하고 싶어 하는 나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책상 구석에 놓인 아내의 사진과 거실에서 잠든 강아지들을 가만히 생각한다. 내가 이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는 궁극적인 목적, 51세 은퇴라는 청사진,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안온한 삶. 이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결국 이 불안을 껴안고 문밖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답을 100% 확신할 수 없어도, 고통스러운 신중함 끝에 내린 내 결정을 믿어보는 것. 그것이 설령 오답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여 다음 선택의 거름으로 삼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업가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진짜 정답’일지도 모른다.

오늘 밤은 이 무거운 고민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려 한다. 내일 아침, 다시 맑은 정신으로 이 사건을 들여다볼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정보를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하되, 마지막 1%는 내 가슴이 시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결과가 어떠하든 나는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고, 다시 일어설 힘이 있다.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는 파도가 아니라, 나를 더 깊은 통찰의 세계로 데려가 줄 해류일 뿐이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중하려 노력했던 나 자신에게, 마음을 다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