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비된 계획표대로 하루가 흘러갈 때, 우리는 그것을 ‘성공적인 관리’라고 믿으며 안도하곤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오늘처럼 예기치 못한 현장의 변수들과 마주한 날이면, 진짜 정답은 내 수첩 속이 아니라 타인의 무심한 말 한마디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준비된 논리보다 더 강력한 것은 현장의 유연함이 아닐까. 오늘은 성공한 경영자일수록 흔히 사용한다는 기법, ‘전언취소(前言取消)’의 지혜에 대해 사색의 궤적을 남겨보려 한다.
지우개가 필요한 시대: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될 때

경영학의 격언들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성공한 리더일수록 ‘말 바꾸기’에 능하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마치 아주 커다란 지우개를 갖고 있는 것처럼, 상황이 변하면 어제 한 말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직한 유연성이야말로,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살아남는 탁월한 경쟁력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날과 같이 회사, 고객, 경쟁상대의 사정이 빈번하게 변하는 시대에, 한번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고집을 부리는 것은 리더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인 것 같다. 나는 현장에 나가기 전 질문할 내용의 대부분을 결정해두지만, “이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사항일지도 모른다”라고 판단되면 즉각 질문을 바꾸곤 한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확실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내 계획을 수정하는 용기.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직한 유연성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못하는 일은 없지만, 잘못된 정보를 쥐고 고집을 부리는 일만큼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가설의 폐기와 창조적 의지: 전언취소의 기술

전언취소는 단순히 말을 뒤집는 나약함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창조적 의지의 발현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평소 소중히 여기는 ‘사고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세운 가설일지라도, 새로운 데이터가 그 가설의 결함을 지적한다면 과감히 지워버리고 다시 그리는 것이 리더의 책무이다. 낡은 마침표를 지우고 매일 새로운 첫 문장을 써 내려가는 용기 속에서 진정한 통찰이 피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상대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내어 나의 영향력을 정직하게 증명해내는 과정에서도 전언취소의 기술이 필요할지 모른다. 공공의 영역에서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을 맞추는 일은 결코 고정된 정답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상황조차 자산으로 치환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리더의 자세. 그것이 내가 꿈꾸는 리더의 모습이자, 내 안의 거인을 깨워 세상의 오류를 바로잡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진심은 자신의 틀을 깨고 타인의 진실을 받아들이는 유연함 속에서 비로소 빛나 보인다.
가족의 믿음 속에서 자라나는 유연한 뒷모습

세상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정직하게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안정감이다. 정답이 정해진 세상에서 남들과 똑같은 답을 내놓는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창조적인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 나의 기도가, 오늘 밤 서재의 정적 속에서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다.
오늘의 지우개, 내일의 도약

오늘 밤은 내 의사결정의 밑바닥에 흐르는 유연한 유연함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본다. 그 장엄한 마무리는 오늘 내가 정직하게 지워버린 수많은 가설과 그 위에 다시 세운 창조적인 의지가 모여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
내일 아침 다시 길을 나설 때, 나는 어제보다 더 유연해진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비논리적인 상황에 부딪히고 기싸움을 벌이겠지만, 그 모든 마찰음조차 우리 가족을 지탱하는 단단한 화음으로 치환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무게는 낡은 전언을 지우고 매일 새로운 진실을 받아들이는 정직한 태도 속에서 비로소 빛나는 게 아닐까 싶다.